중학교에 다니는 J는 지난 학기 연극놀이 수업을 통해 여러 가지 연극게임과 즉흥 등을 경험해 보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짧은 독백을 직접 써 보고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번 학기에는 연극제작과 연극개론 수업 중에서 어느 것을 들을까 고민 중이다.
고등학교 11학년인 B는 무대기술(technical theatre)수업을 듣는다. 학교공연에 조명 스텝으로 일한 지 두 학기가 넘는다. 이번 여름에는 근처 대학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6주 동안의 연극학교에 등록할 계획이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P는 교육학 필수 과목과 연극전공 과목(54학점)을 모두 이수했고 실습만 남은 셈이다. 저번 학기 근처 고등학교에서 관찰수업도 마쳤고 이제는 실제로 수업을 가르치는 과정(student teach)만 남은 셈이다. 매일 정규교사와 똑같이 출퇴근하면서 수업을 가르치는데, 연극 특화학교로도 잘 알려진 이 일반 고등학교에서 P는 전임교사와 함께 기초연기, 중급연기, 고급연기, 무대기술 및 연극제작 수업을 가르치게 된다.
위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미국의 연극교육에 관해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자기표현과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놀이(Creative Drama)에서 출발해 예술영역으로서의 연극(Theatre)에 접근한다는 것,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연극교육이 일련의 연속선 위에서 심화 발전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론적 인문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활동과 실제작업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사례들이 미국의 모든 연극교육을 대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각 주 마다 또한 각 교육기관마다 연극교육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50개 주마다 그 특성이 다르고 같은 주에 있더라도 해당 학교에 따라 연극교육의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다양성과 독립적 운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연극교육을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설명은 바로 자아개발과 표현이라는 전인교육의 목표에서 출발하여 예술영역으로서의 연극 감상과 제작 등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다.

미국 교육에 있어서 연극은 언어, 역사, 사회, 수학 등의 분야처럼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4년 개정된 교육법이 연극을 다른 교과과정처럼 학문영역으로 인정하게 되면서 연극교육에 있어서도 하나의 일관된 교육 지침과 그 평가의 내용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은 연극교육에 있어 통일된 커리큘럼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이는 각 주 별로 다양한 교육내용을 인정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으며, 교육내용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비록 통일된 하나의 교과서는 없지만 전미예술교육협회(NAEA)는 1992년부터 2년간 준비해온 예술교육에 있어서의 지침서, 예술교육의 기준과 내용 : 미국 학생들이 알아야할 예술 교육의 내용(What every Young American should know and be able to do in Arts)*에서 예술교육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고 있다. 무용, 음악, 미술과 함께 연극은 예술교육의 한 분야로서 미취학아동에서부터 초등 저학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가르쳐야할 내용으로 연극놀이적 요소와 예술영역으로서의 연극에 대한 이해와 활동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전미예술교육협회(NAEA)의 지침서가 예술교육의 통일적 지침서를 마련하고 있다면, 미국연극교육협회(AATE)의 연극교육에 대한 교육과정 모델(Drama and Theatre Curriculum Model)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영역중심의 실질적이면서 구체적인 내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육과정 모델에 따르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전 과정에 걸친 자기 발견과 표현력 개발, 예술로서의 연극작업체험, 연극의 이해, 예술적 가치 형성 등의 내용으로 구체적 학습목표를 기술하고 있다. 다음은 연극교육의 기본 영역 네 가지와 그에 따른 학습목표 중 일부분이다.
자기 발견과 표현력 개발
1) 감각 및 감성 훈련 2) 상상력 3) 몸짓 표현 4) 언어 표현 등
예술로서의 연극작업 체험
1) 공동작업 2) 문제해결 3) 즉흥 4) 역할 놀이 5) 극 만들기 및 창작 6) 연출 및 무대 기술 등
연극의 이해
1) 인간과 연극 2) 연극의 역사 3) 연극인과 전문인력
예술적 가치 형성
1) 드라마(희곡)의 요소 2) 연극관람 3) 연극 및 타 예술 영역 이해
물론 해당 학년마다 핵심적 혹은 집중적 요소가 있어 위의 영역이 어느 정도 편중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연극교육의 내용을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극교육의 점진적 발전과 일련의 발전 흐름은 자기표현에서부터 시작된 연극적 체험이 연극을 예술영역으로까지 발전하는 기본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자기발견과 표현력 개발은 연극놀이(Creative Drama)의 핵심적 내용이며, 예술로서의 연극작업은 즉흥과 놀이의 연극 활동을 바탕으로 한 공동 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극교육이라고 하면 연극이론이나 희곡 읽기를 일반적인 내용으로 인식되기 쉬운데, 참여 학생들의 개인적 전인적 발전이 바탕이 된 연극적 표현력과 기술습득이라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극교육의 발전은 20세기 초 일선교사들의 진보적 교육개혁운동과 1920년대 워드를 선두로 이루어진 대학의 전문연극교사 양성과 훈련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현재의 연극교사 교원제도의 법적 제도적 정당성은 반세기가 넘는 학교 안 밖의 연극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연극놀이를 경험하고 질 좋은 아동청소년연극을 관람한 것이 밑거름이 되어, 연극의 교육적 활용과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사례는 자아개발과 표현 등의 전인교육 목표와 예술영역으로서 연극교육 목표가 어떻게 조화 발전되고 있는지, 나아가 이 같은 목표를 뒷받침해 줄 전문연극교사 양성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을 실천적 검증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교육의 제도화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교는 교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수용자인 학생 중심의 교육에서 우리가 실천하려는 연극교육이 과연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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